KBS 성우 공채 ① 토라


KBS에 첫 시험을 친 건 2004년 19살 때.
기억도 안나는 꼬맹이적 연극 경험을 가지고
무슨 자신감인지 시험을 쳤다.

내가 좋아하는게 잔뜩 잔뜩 있는 세상속에 들어가
나 역시 그 세상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아마 당시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검정고시를 막 치룬 열아홉살짜리에게
수능시험장이 아닌 방송국으로 향할 용기를 줬던 것 같다.
아무것도 배운 것 없이 손에는 달랑 대본 책 하나를 들고.

결과는 뭐, 보기 좋게 탈락.
그래도 나 참 용감했구나, 장하다.

생각해보면 그때부터였다, 아저씨 공포증이 생긴 건.
웃기는 얘기지만
스튜디오 밖에 앉아있는 심사위원 아저씨들이 너무너무 무서웠다.


maybe


난 겁이 없는 아이였다. 잘 놀라지도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변했다.

오디션을 보러다니고 대학 실기시험을 보러다니고
앞에 앉은 심사위원 아저씨들과 눈이 마주치면 대사도 아무것도
여기가 어딘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아직도 기억하는 건 서울예술종합학교의 실기시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외워서 재연하는 건 자신 있었는데
수십수백번을 외우고 들어간 대사를 한마디도 뱉지 못했다.
윤현식 교수님과 눈이 마주친 순간
바닥이 솟아오르는 느낌과 함께 말을 잃어버렸다.

윤현식 교수님과 함께 지내면서 깨달은 것은
교수님이 아빠와 닮았고 그래서 잘하고 싶은데
그래서 무서웠다는 것.
아마 나는, 나를 버린 아빠가 무서웠던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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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워즈 토라

오늘은 썸머워즈를 봤다.

2009년작으로.. 한참 영화관에서 일할 때 개봉한 덕에(그것도 성수기에)
제때 못봐서 안타까웠던 영화(애니)다.(엔딩이라면 퇴장하면서 수백번은 봤지만)

선재물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 '호소다 마모루 신작'이라고 너무도 분명하게 써 있어서
기대했던 내용은... 이런게 아니었지만(대가족이 나오는 따뜻하다 못해 뜨끈뜨끈한 가족영화를 기대했기에)

"만약에 내가 이기면.... 내 증손녀를 맡기고 싶은데..."

오랜만에 치는 화투라고(이 영화에서 화투는 중요 아이템이다) 하시면서 내기를 하자고 하신다.
....내기로 증손녀를 떠넘기는 할머니.
그래, 어떻게 보면 아주 뜨거운(무사 집안의 후예다운) 가족들이 나오는 영화임엔 틀림없다.
나츠키네 할머니는 멋진 분이시고 수~없이 많은 가족들을 통솔하기에 부족함 없는 여장부시고
....그치만 너무 산뜻하셔서....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네 그런 할머니는 아니시란 말이지 ㅋ

이 영화에서 사실, 그닥, 쓸데없는 사람인데 내 눈에만 커다랗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도 아닌 와비스케 아저씨 입장에서 줄거리를 적어보면,

집 나간지 10년째였던 와비스케 아저씨-구순 할머니의 돌아가신 남편의 사생아 겸 할머니의 양자-는
할머니의 구순 생신을 맞아 집에 돌아온다.
집 나갈 때 꽤 거나하게 사고치고 나가서(할머니 명의의 땅을 홀라당 팔아먹고 그 돈으로 미국으로 날랐다고 하니)
보고 싶고 그리운 어머니에게 그냥 돌아올 면목이 없었겠지.
해서~ '러브머신'이라는 인공지능 해킹 AI를 개발, 미국에 판매, 거대한 저작권료를 구순 생신에 안겨드릴 작정으로
뻣뻣하게 돌아왔는데..

하필 그때 미국이 '오즈'라는 가상 현실 세계에서 러브머신 실험을 시작하고,
사람들의 계정을 해킹해 전체의 38%를 먹어치운 러브머신은 현실 세계에서 각종 사건 사고를 일으킨다.

운명의 장난이지-_- 아들이 만들어낸 러브머신이 해킹한 38%의 계정 중, 의료 시스템 관계자의 것이 문제를 일으켜
평소 협심증을 앓고 있던 할머니가 제때 응급 처치를 받지 못해 돌아가시고 만다.

5시 21분.
구순 생신을 하루 남겨둔채.

정적은 무섭다.

엄마에게 칭찬 받고 싶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엄마를 죽이다니.
결국 망나니 아들이 어머니 죽음으로 정신을 차렸다....(라고 하기에 와비스케 아저씨는..그렇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지만)

뭐, 아무튼

할머니의 잘생기고 똑똑한 막내 아들과 수학 천재 예비 증손녀 사위, 수~많은 증손자 중 하나인 킹 카즈마와
화투 천재 증손녀 사츠키, 그리고 뜨~거운 피를 가진 가족들이 힘을 합쳐 지구를 구하고 집도 구하고 모두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보며 깨달은 한가지는

'화투는 위대하다.'

위대한 화투와 용감한 가족들의 전쟁.

"우리 집 사람들은 걸음마 때부터 화투가 일상이다 요놈아~!!"

나츠키의 친척 아주머니 중 한 분이 하신 말씀인데
러브머신과 나츠키의 화투 대전을 보며 눈물을 줄줄 흘리다가 빵!터져버리고 말았다.

위대한 화투 부분을 제외하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그림체로 스케일이 남다른 대가족이 출연하는
'디지몬 어드벤처 - 우리들의 워게임' 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몹도 다들 디지몬처럼 생겼다....)

기대한 방향은 아니었지만 디지몬 극장판 보는 기분으로 재밌게 봤다.(새롭지 않았을 뿐)



그저 마코토와 치아키 같은 슬픈 이별이 없었다는데 만족해야 하나보다.
(구순을 못 채우셨대도 89세면 호상이라고 생각함)

여담이지만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의미다.
2007년도작인데 지금도(아직도) 내 안에 깊숙이 박혀있어
호소다 마모루씨가 어떤 신작을 내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넘지 못할 거다. 내 안에, 그런 위치에 있다.

수십번은 봤을텐데.
저 장면은 치아키가 이미 미래로 갔다고 생각한 마코토가 큰 소리로 엉엉 울어버리자
다시 뒤돌아온 치아키가
- 미라이데 맛데루(미래에서 기다릴게)
- 응, 스구 이쿠, 하싯테 이쿠(응, 금방 갈게, 뛰어 갈게)
이렇게 바보같은 약속을 하고 정말 가버리는 장면인데

대사가 한자 한자 가슴에 콕콕콕 박혀서 떠나지 않는다.

(참으로 안타까운건, 더빙판을 선호하는 나에게 이렇게나 이렇게나 보고싶은데 더빙을 안해주면..)
(난 눈알이 빠지도록 자막을 읽는 짓은 못하겠고 - 솔직히 영화에 집중이 안되잖아)
(그냥 알아듣는 만큼만 알아들으면서 그냥 본다고 -_-)
(센과 치히로도, 썸머워즈도 다행히 더빙판을 구해서 봤지만)
(사실 제일 아끼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더빙판으로 못 본)
(이런 내 마음을... 여러 높으신 분들, 당신들은 알어?)


저 씬에서 되도 않는 키스따윌 했다면 이렇게 가슴에 안박혀있겠지 -_- 암 그렇고 말고.

삼천포는 이쯤에서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가족들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리이치 종숙이라는 이름으로 훅 - 하고 지나간
군인아저씨의 대사 중,

 "남을 지키는게 곧 나를 지키는 거지."

옛날 영화에서 나온 대사라고 한다.
일본영화라고 따지고 들자면 당신은 자위대지만,
그냥 영화는 영화로, 아저씨는 아저씨로 본다면..
멋지네요, 아저씨.



너무 졸려서 오늘은 이만 해야겠다.
나 지금 너무 졸려서 뭔 소릴 했는지도 모르겠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토라



오늘 처음 (제대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봤다.

2001년도 작품인데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에 공부한답시고 워낙 띄엄띄엄 봐서(본래도 기억력이 좀 나쁘긴하다 -_-)

물속에서 하쿠(용)를 탄 치히로가 슈우욱~ 거품과 함께 날아가는 장면이 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장면이었으니까.


오늘 제대로 보니 하쿠랑 치히로랑 하울(하울이랑 똑같이 생긴 미니어처 하울-_-)....이 주요 등장인물이었는데

'하쿠 = 하울'이었다.... 이걸 10년만에 알게 될 줄은..

그래그래 용이니까, 인간형 모습이 하나 더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지. 아무렴;

더불어 하쿠가 강의 신인(강의 신이면서 동시에) 용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쿠는 신까지는 아니고 그냥 용이었던 모양이다.


사실 센과 치히로보다 오~래된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작품은 보고 보고 또 볼 정도로 계속 돌려봤는데

센과 치히로는 포스터부터 비호감이라(나는 돼지가 무섭다;)....결코 다시 볼 생각을 꿈에도 하지 않았던(못했던) 것이다.


용기를 냈던 보람은 있었다.

볼만한 작품이다.


시작과 동시에 치히로와 치히로의 가족들(엄마, 아빠)은 시골로 이사를 간다.
시골로 이사를 가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 치히로와 엄마.
차를 타고 가던 중 길을 잘못들어 작은 신들의 사당이 잔뜩 놓여있는 산 속에 도착하고
모험심이 넘치는 아빠는 그 길로 곧장 차를 몰아 버린다.
차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거대한 문(터널) 앞에 멈추고
아빠와 엄마는 탐험을 시작한다.
터널 앞에 혼자 남겨진 치히로는 겁을 먹고 가족들을 따라 나서는데..

말하자면 그 문(터널) 너머의 세상은 신들의 세상이었고
신에게 바쳐질 음식을 먹은 아빠와 엄마는 마법에 걸려 돼지로 변한다.
하쿠의 도움으로 신들의 목욕탕에서 일하며 기회를 엿보게 된 치히로.
이름을 뺏는 마녀에게 '치히로'라는 진짜 이름을 뺏기고 '센'으로 불리며
(말장난이었다. 千尋-치히로-에서 尋-히로-를 뺀 千-일천 천 -> 센)
갖은 고난(과 심술)을 성실하게 버텨 친구들을 얻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다.
(사람들이라곤 해도 아마.. 하급 요괴쯤 되지 않을까 싶다)
하쿠와 치히로는 이쪽 세계(신들의 세계)에서 만나기 전부터 알던 사이였는데
둘 다 이 전의 만남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다 이러다 저러다....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대체 어떻게 된건지-_-; 우정 아니야? 정말 사랑이야?;;;;)
뭐 우리의 주인공인 치히로가 모두의 도움으로(솔직히 별 고생을 했다고는....글쎄-_-)
아무튼, 부모님을 구해 인간세상으로 돌아갔다..라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영화가 끝나고 나면 엄청~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으니
그냥.. 일단 보는 쪽을 추천한다. (이야기의 부족함을 볼거리가 채워준다)


터널을 다 빠져나갈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하쿠의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치히로는 미련없이 손을 놓아버리고.. 뛰어간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도록 하쿠는 영원히~다시는 나오지 않는데
하쿠는 정말로 괜찮았을까?
둘은 다시는 못만났겠지?
....사랑했다며....-_-?




보는 내내 하쿠와 하울이 겹쳤는데



둘 다 마법사, 단발머리, 변신소년
아아 겹친다.

미니어처 하울과 성인판 하쿠

하울은 행복해졌는데 하쿠는 행복해졌을까?


그리도 또 하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난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당연히 '행방불명'인 줄 알았는데

원제는 '센토 치히로노 유쿠에후메-(行方不明)'가 아니라

'센토 치히로노 카미카쿠시('

유쿠에후메- / 카미카쿠시

다르잖아;;;; =_=.... 다르다구..

인간 세상의 실종이 아니라, 신의 세계로의 실종이니까.. 카미카쿠시..가 맞는 건 확실한데..

내 일본어가 짧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우리 나라 말로는 카미카쿠시를 표현할 단어..없나?

음.. '센과 치히로의 실종 사건'이라고 하면 대놓고 사건의 냄새만 나나? -_-ㅋ

뭔가.. 더 적당한.. 유괴..는 아니고.. 사라짐..도 아닌거 같고.. 증발 사건? 이쪽이 더 맘에 든다 ㅋ

'센과 치히로의 증발 사건' 뭐, 내 맘대로 ㅋ



라라랄랄랄랄라라라라랄랄랄랄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아직도 노래가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재밌었어!!

앱으로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토라


그 첫번째!!

싸이는 보이고 싶지 않은 글만 잔뜩 올려져 있고
네이버는 ㅡㅡ 달갑지 않은 쪽지가 쏟아지는고로
사랑하는 자기님과 이글루로 이사왔다♥

잘 지내봅시다 ~

앞으로는 분명 좋은 일들만 행복한 일들만 가득 할꺼야
그러니까 앞으로도 더 힘내서 노력하자!!

잘 부탁해요, 블로그씨!
(음..블로그씨는..다른 사람의 이름이니까 당신에겐 당신만의 이름이 필요할거같은데..뭐가 좋을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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